입찰에서 반경쟁행위 입증요건 등 --- 유럽연합법원 판결

2017. 10. 30. 18:19지평 이야기/변호사 생각

1. 입찰신청에 필요한 자문 등을 외부기관으로부터 받는 경우가 많다. 법률적 검토 등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그 입찰가격 등을 결정받기도 한다. 


라트비아의 학교에 음식물을 공급하는 업체들을 선정한 사건에서 법무관(Advocate General)의 의견과 다른 판결이 유럽공동체법원(the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에서 내려졌다(VM Remonts and Others, C-542/14, EU:C:2016:578).


8명의 법무관이 먼저 사건을 검토하고 낸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는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보이므로, 이례적인 일이다. 


어느 업체(갑)가 입찰에 앞서 법률적 자문을 구했는데, 그 자문업체가 다시 이를 하도급을 주었다. 그런데 이 하도급 업체에게 다른 두 업체(을, 병)도 같은 입찰에 같은 자문을 구하자, 이 하도급업체가 갑이 보내준 금액을 기준으로 5%씩 삭감한 금액으로 을, 병이 응찰하도록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것이 들통이 나서, 우리나라로 치면 공정위가 되는 라트비아의 경쟁당국이 제재를 가하였다. 그러자 갑, 을, 병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사실심에서 갑의 청구는 인용되고, 을, 병의 청구는 기각되었다. 법률적 쟁점을 두고 라트비아의 대법원에 쌍방상고가 제기되었다. 


기존 유럽사법재판소의 판례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반경쟁행위에 책임이 있다거나, 사용자들의 반경쟁행위에 그 사용주가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있었고, 그 책임을 벗어나려면 모회사나 사용주가 나서서 그 책임이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이 사건처럼 제3자 자문기관(Service Provider)의 행위에 대해서, 그 자문을 의뢰한 측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그 요건은 무엇이고, 그 요건을 입증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은 선례가 없다면서, 라트비아 대법원이 유럽사법재판소에 선결해달라고 하였다(Preliminary Ruling).


이에 대하여 유럽공동체법원은 결론에서, (i) 그 제3자가 사실상 의뢰자의 지시나 감독하에 있거나, (ii) 경쟁자들과 제3자의 반경쟁행위를 하려는 목적을 알고 그에 스스로 기여하려고 할 의도가 있었거나, (iii) 경쟁자들과 제3자의 반경쟁행위들에 대한 합리적 예견이 가능한데도 그 위험을 나서서 감수한 경우 등 3가지 경우 중 하나여야 책임을 지고, 책임을 추궁하는 측에서 이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하였다. 

On those grounds, the Court (Fourth Chamber) hereby rules:

Article 101(1) TFEU must be interpreted as meaning that an undertaking may, in principle, be held liable for a concerted practice on account of the acts of an independent service provider supplying it with services only if one of the following conditions is met:

–        the service provider was in fact acting under the direction or control of the undertaking concerned, or

–        that undertaking was aware of the anti-competitive objectives pursued by its competitors and the service provider and intended to contribute to them by its own conduct, or

–        that undertaking could reasonably have foreseen the anti-competitive acts of its competitors and the service provider and was prepared to accept the risk which they entailed.

통상 유럽사법재판소의 선결판결보다는 그에 앞서 검토한 법무관의 의견이 더 상세하고, 범위도 넓은데, 이 사건 법무관(M. Wathelet)은, 회의장소를 외국으로 하는 등 반경쟁행위를 적발하기도 힘들며, 소극적인 동조가 일반적이라, 적극적으로 공동행위를 조직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현실 등에다가, 기존 모회사나 사용자들에 대한 판례들의 연장선에서 이 사건을 파악하자는 의견이었다. 


즉 갑의 경영진 등이 제3자 등의 위법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거나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반경쟁행위자로서의 책임이 추정된다고 한다(Presumption of liability). 

제3자가 그 의뢰받은 업무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한 것인지, 그 제3자를 선정하고 이어서 그 과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의뢰한 측에서 필요한 주의를 기울이고 감독하였는지, 또 위법행위 사실이 드러난 후에 한 행동(즉시 관련당국에 신고하고, 자신은 가담하지 않았다고 공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는지) 등의 여러 사정을 검토해서 그 추정이 번복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며, 이 심리주체는 어디까지나 개개국가의 법원에 있다는 것이다. 


2. 이상이 사건 등의 개요인데, 이를 두고 아래와 같은 의견이 제시되었다.


법무관의 의견서를 보면, 제3자 자문기관을 통한 간접적인 형태의 담합행위가 상당수 있고 적발하기 힘들다는 현실인식(?)이 존재하는 것이 엿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한 최저가입찰의 경우는 드문 상황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제3자 전문기관의 관여가 많아지고 있는 듯 하므로, 이 판결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무관의 의견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즉

- 갑이 제3자를 선정하고 업무를 맡긴 것은 갑이 스스로 그 업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못한 때문일 것이고, 따라서 그 선정부터 과제이행과정에서 면밀히 관리감독을 해야만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능력이 있으면, 갑이 아예 제3자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특히 위법행위 사실이 드러난 후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고 위법행위자들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지나치다. 이미 위법행위가 발각되고 책임이 성립된 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한편 법무관의 의견과 같은 인식에 기초하여 경쟁당국의 실무가 진행되는 것은, 유럽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즉 법무관이 든 요소와 기준을 들이대면서, 경쟁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 갑을 몰아세우는 경우들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갑이 낙찰되지 못하였지만, 마치 경쟁입찰인 것처럼 가장하는 데 가담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경쟁당국은 쉽사리버리지 않는다. 


또한 유럽공동체의 법원판결 중에서, 위 (iii)항 부분은 해당사건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불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자 법무관의 의견에 대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어 일반적으로 기준으로 설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 게 아니라, 이 사건 사실관계에서도 갑이 위 (iii)항에 따른 책임을 질 여지가 있다는 판시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위 (iii)항 부분은 일반적 기준으로서도, 그 내용이 불명확하고 애매해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리 임방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