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15 부산법조 "로스쿨 단상 - 신승기 변호사"

2015. 2. 3. 16:08지평 이야기/지평 소식

 

 

 

 

원문글

 

 

로스쿨 단상

신승기 변호사

 

요즘만큼 법조계,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부산변호사 사회가 큰 변화를 겪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로스쿨 3기 출신 변호사들까지 배출되었고, 부산변호사회원 수도 급격하게 늘었다. 각종 동호회에서 주축이 되어서 활동하고 있고, 교육이나 강연 자리를 가도 낯선 얼굴들이 더 많은 경우가 흔하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를 느끼게 되고, 발랄한 미소를 접하니 우선 기분이 좋다. 어느 새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 보니, 인사를 받는 것도 즐겁다.

 

이렇게 젊은 변호사들을 자주 보게 되어 좋다. 그러나 내가 사법시험세대이고 연수원 졸업자라 그런지, 솔직히 종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늘린 것과 차이를 잘 모르겠다. 다양한 학부를 거친 인재들로 하여금 그 전문분야에서 활동할 변호사를 길러낸다는 취지는 퇴색되어가는 것 같다.

 

변호사시험도 갈수록 어려워져서, 과거 사법시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그 문제를 살펴보았는데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3년간 착실하게 이수하기만 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은 믿기 어려웠다. 로스쿨 교육 이수와는 별도로, 변시 시험준비를 따로이 시간을 내서 해야만 할 것 같았고,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 로스쿨에서도 변시합격율을 높이기 위해서, 졸업시험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변시 응시자들을 걸러낸다고 한다. 이리 되어서는 로스쿨도 과거법대와 같이 되어 버릴까 우려스럽다. 로스쿨을 휴학해서 신림동의 전문학원을 찾아가거나, 로스쿨의 교육과정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1학기에는 형법, 2학기에는 헌법 등으로 수험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이들도 나타날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이 될까 우려스럽다. 고시원이나 전문고시원에서 변시 준비를 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생길 것이다.

 

한편 인턴이나 실무수습을 하는 이들이 문서작성능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많다. 사법연수원을 거치지 않고, 로스쿨의 교육과정에서 아무래도 실무서류 작성 기회가 적었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실력이 형편없고, 심지어 로스쿨 제도는 적당하지 않다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들이 받은 교육기간, 내용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은 평가는 너무 가혹하다. 그 전 사법시험 시절에는 사법시험 준비 기간에다가 2년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가? 또 사법시험 시절에도 그 수석합격자의 점수도 60점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바로 실무에 투입해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 변호사시험이 이렇게 어려울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든다. 한 때의 시험으로 완성된 수준의 법조인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교육으로 법조인으로 길러내는 것이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이다. 기본적인 사항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출제 평가하는 것이 옳다. 출제하고 평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난이도가 낮아서 변별력이 없다는 것은 오해라고 하지 않은가? 아무리 쉬운 문제라고 해도, 답안지를 보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로스쿨 제도에 관해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따로 있다. 내가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로스쿨 제도에 가장 불만인 것은 비싼 학비 등으로 주경야독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출신에게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되어 변호사를 거치지 않으면 판사 검사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로스쿨 입학자들 중에서 저소득층이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것은 큰 문제다. 이리 되면 법조인의 구성이 우리 사회의 구성과는 달리 일부 특권층에게 한정될 우려가 있다.

 

그동안 우리 회원들은 부산대, 동아대 로스쿨에 실무교육도 지원해왔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진행하는 주체는 교수들이다. 그래서 우리 변호사회에서는 로스쿨 교수들과의 교류나 로스쿨 교육 등을 의논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뜻대로 잘 안 되었다. 만나봐야 뭐가 달라지겠나 하는 생각이 앞선 때문이었는지, 그 이유는 잘 알지 못한다.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해봤자, 서울 등 수도권에서 변호사 자리를 얻기 힘들다고 하지 않은가? 우리 변호사회에서도 어차피 우리 회원이 될 사람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른 시기에 이들을 지원하고 지도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법조에서 로스쿨생에게 바라는 바라는 제목으로 한두 번 특강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학을 이용해서 2주간의 짧은 인턴 기회를 가지는 것인데도, 우리 지역에서 인턴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탓인지 젊은 변호사들이나 로스쿨 재학생들 중에서는 자기들을 기성법조인들이 자기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경쟁자로 여긴다거나, 자기들을 사법연수원 졸업자들보다도 적은 돈을 주고 부려 먹을 수 있는 이들로 취급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능력만큼 대우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로 이른바 사무장 변호사의 길로 잘못 들어서거나, 허위 과장 광고 등에 나서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변호사회에서 나서서 이런 오해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여러 차례의 시험을 쳐서 합격했다고 해서, 법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능력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로스쿨 제도를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변경된 것인데도, 정작 그 졸업자들 중 일부가 여전히 변호사자격을 따면 당연히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다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젊은 변호사들에게서 전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엿보인다. 아무래도 전문분야를 인정받으면 안정적으로 변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문분야는 관련 책을 읽고 외운다고 해서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무래도 그 분야 사건을 맡아 해 봐야 한다. 명의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여러 사건들을 해 봐야 하는 것이다. 또 부딪히는 사안이나 사건이 물권법사안이라고 단순하게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만나는 의뢰인이나 사건을 성심성의껏 처리하고, 궁금하고 모르는 것은 선배 등에게 물어보거나 알아가면서 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신입변호사들이 기존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등의 적극성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변호사 수가 느는 만큼 건수나 일자리가 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 점점 변호사 보수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젊은 변호사들을 경쟁자로 여기고 견제하거나, 심지어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변호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입이지만 어느 덧 우리 회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만큼, 젊은 변호사들을 위한 지원이나 프로그램 마련을 궁리해 볼 일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아무래도 연로한 회원들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이들은 이제 기존 변호사사무실 등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래도 동기들이나 마음 맞는 이들끼리 함께 사무실을 꾸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이들에게 사무실 운영의 노하우도 알려주고, 함께 의지할 만한 공간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각종 행정기관 모두에 변호사를 채용하라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민원인들을 위한 법률상담이나 조언 기회를 늘려야 한다. 부산시 동자치단체를 상대로 관련조례 등을 제정하도록 하는 것을 추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분쟁이 발생한 후에 사후약방문으로 처리하기보다는, 그전 단계에서 미리 점검하고 예방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경찰서 등 수사기관에는 변호사가 상주해서 가까이에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종래 당직변호사 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이름 뿐 활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이제 상당수 젊고 적극적인 활동의사와 능력이 있는 변호사들이 많아졌으므로, 헌법에서 정한 변호인조력권을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난 2년간 잘 하지는 못했지만 회원상임이사로 나름 일을 해 보았다. 또 우리 사무실에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로스쿨 재학생들을 인턴으로 받아보기도 했다. 변호사 시험합격 후 6개월 연수를 거친 사람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거쳐 갔다. 나를 비롯한 여러 변호사들이 애를 쓴다고 했지만, 돌이켜보면 좀 더 잘 해 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모두들 하나 같이 귀한 재능을 지니고, 좋은 뜻을 갖고 있었다. 사법시험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경력이나 경험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들 못지않게, 나도 많은 것을 겪고 배운 게 된 것 같다. 그러나 개개인의 선의나 성의에게만 맡길 일은 아닌 것 같고, 여러 사람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서 제도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마디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쓰고 나서 보니 무언가 비관적으로 비쳐질 것 같은데, 그렇지않다. 갈수록 서울로 인적 물적 자원이 몰려가는 마당에, 이렇게 부산에서 좋은 성격, 학력, 능력을 지닌 이들을 후배로 만나게 되는 것도 즐겁다. 단순히 음악 감상에 그치지 않고 음악연주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일본 변호사들 앞에서 멋진 연주까지 하는 일이 생길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난 덕분에 좋은 산들을 오르고 있고, 우리 부산 변호사회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